스팟 메인 에피소드/서쪽 나라

스팟 메인 에피 1~6화 - 베넷 바(샤일록)

nil_mh 2020. 12. 13. 14:27

-1화-

현자 : 서쪽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서쪽 마법사 여러분은 신주(神酒)의 환락가에 가실 거예요.

무르 : 신주의 거리? 샤일록의 가게가 있는 곳이네!

샤일록 : 그 곳에서 어떤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현자 : 아무래도 밤마다 빗자루를 탄 마법사들이 하늘에 모여서 집회를 하고 있다는 것 같아요.
서쪽 나라의 병사들이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인간들이 무서워하니까 사정을 조사해 주지 않겠냐고 해서....

클로에 : 마법사들의 집회... 뭘까....

라스티카 : 샤일록은 뭔가 들은 것 없어?

샤일록 : 아뇨... 가게에 얼마 동안 가지 않아서요.
집회를 하고 있는 마법사 중에 지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찾아가서 들어 보죠.
그러는 김에 오늘 밤은 가게를 열겠습니다. <거대한 재액>이 다가오면서 거의 개점하지 않았으니까요.

현자 : 신주의 거리에 있는 샤일록의 가게, 보고 싶었어요. 일손이 부족하면 도와 드릴게요.

샤일록 :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가끔 가게를 열 테니 접대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현자 : 접대요?

샤일록 : 네. 그 날 밤의 가게 분위기에 따라 여러 마법사들이 찾아올 겁니다.
현자님의 접대를 받으면 마법사들의 심신에 활기가 돌겠죠. 가끔 멋진 선물을 줄지도 모르겠군요.

현자 : 알겠어요. 접대 말이죠. 열심히 할게요!

샤일록 : 그럼, 신주의 환락가로 가죠.




-2화-

현자 : 와아.... 바닷가 언덕에 멋진 거리가 늘어서 있어. 영화 촬영지처럼 그림이 멋지네요!

라스티카 : 신주의 환락가는 서쪽 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관광 도시입니다. 귀족들의 별장도 많아요.

무르 : 나도 신주의 거리 좋아해! 어라? 저거, 마법사 집회 아니야?

클로에 : 정말이다! 빗자루에 탄 마법사들이 많아! 아.... 말소리도 들려....

빗자루에 탄 마법사 : 베넷의 가게, 오늘 밤은 어땠어?

빗자루에 탄 마녀 : 소용없어. 아직 안 연 것 같아. 항상 <거대한 재액>을 물리치고 나면 정상 영업을 했었는데.

들려온 마법사들의 말소리에 샤일록은 정색했다.

샤일록 : .....저희 가게의 단골 손님이시군요.

현자 : 단골 손님? 집회하고 있는 마법사 분들이요?

샤일록 : 네. 제 가게는 마법사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기도 했기 때문에, 가게가 없어서 하늘에서 집회하고 있었는지도....

현자 : (술집에 빈 자리가 없어서 공원에서 마시는 느낌인가....?)

마녀 : 아! 샤일록! 샤일록이잖아!

마법사 : 가게 문도 닫고 무슨 일이에요. 걱정했다고요.

샤일록 : 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 곳에 모여 있으면 인간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겁니다.

마법사 : 알아요! 재밌길래 위협해 줬어요!

클로에 : 앗.... 병사 분들이 밑에 모여들었어.

샤일록 :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가게를 열겠습니다.


현자 : 베넷의 가게.... 여기가 샤일록의 가게군요. 어른스러운 차분함이 있어서 멋져요.

샤일록 : 평소엔 좀 더 차분한 분위기지만요. 오늘 밤은 손님이 많아서....

미소짓는 샤일록의 말대로, 가게 안은 마법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3화-

다들 서로가 무사한 것을 기뻐하거나, 세계의 이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샤일록의 술을 마실 수 있어서 기뻐 보였다.

라스티카 : <거대한 재액>이 다가온 영향으로 불안했던 건 인간들뿐만이 아니라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클로에 : 샤일록과 이야기하면 안심이 되는걸. 마법사들도 샤일록이나 친한 동료와 술을 마시면서 안심하고 싶었을 거야. 

마법으로 칵테일을 만들고 손님과 담소하며 바쁠 텐데도, 샤일록이 그런 기색을 보이는 일은 없었다.
샤일록은 분명 이 일과, 이 가게와, 손님과, 그것들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다.
베넷의 가게는 계속 대성황이었다. 나와 클로에도 도우러 들어갔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고 자꾸자꾸 늘어 갔다.

마법사 : 오랜만이야, 샤일록! 가게 문을 연 것 같아서 왔어. 어이쿠, 들어갈 수 있나?

샤일록 : 어서 오세요. 지금 정리할 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마법사 : 맞다, 베넷의 가게를 찾는 인간을 봤어. 체격이 좋은 적갈색 머리 청년이야. 입가에 점이 있는....

마녀 : 어머. 나도 어제 봤어.

마법사 : 난 5년 전에 봤어.

현자 : 5년 전이요?

마법사 : 당시엔 아직 순진한 젊은이였지만 말야. 계속 베넷의 가게를 찾고 있었어. 네 지인 아닌가?

샤일록 : 글쎄요, 모르겠군요. 인간에게는 되도록 이 가게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려 하고 있으니까요.

현자 : 왜요?

샤일록은 미소지었다. 부드러운 비처럼 온화하고 안타까운 쓴웃음이었다.

샤일록 : 사람은 약속을 어기니까요.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해도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이 가게 이야기를 해 버리고 맙니다.
인간들이 신기하다는 이유로 몰려오면 마법사들의 아늑한 가게가 아니게 돼 버리겠죠.

샤일록의 말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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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미안해졌다.

현자 : (분명 샤일록은 인간들에게 배신당해서 신중해진 거겠지.)
(나는 신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선택 2 : 반발을 느꼈다.

현자 : (그렇지 않을텐데... 인간들 중에서도 마법사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나도 신용해 주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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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이 걱정스러운 듯 내게 시선을 보냈다. 그가 뭔가 말하기 전에 손님인 마녀가 입을 열었다.




-4화-

마녀 : 맞아. 알려줄 필요 없어. 귀여운 미소년이면 여기 불러서 놀려 줘도 되지만.

마법사 : 그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1년에 한 번 없는 돈을 털어서 신주의 환락가에 여행온다고 했어.
어떻게든 죽기 전에 한 번만 베넷의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싶댔어. 어디선가 소문을 들은 게 아닐까?

샤일록은 침묵했다. 무르가 놀리듯이 몸을 내밀었다.

무르 : 죽기 전에 한 번이래. 정열적인 에피소드다. 싫지 않지, 샤일록.

샤일록 : 나쁘진 않네요. 하지만 저는 지금의 가게가 마음에 듭니다. 이 장소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모험은....

라스티카 : 위험한 모험을 안 하는 거야? 서쪽 마법사인데?

클로에 : 난 만나 보고 싶어. 그렇게 열심히 샤일록의 술을 마셔 보고 싶어하는 사람.

모두의 조언을 받고 샤일록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샤일록 : .....그렇네요. 우선 만나 볼까요.

10초도 기다리지 않고 샤일록은 결단을 내렸다. 역시 호기심 많은 서쪽 마법사다. 즉시 마법의 주문을 외워 문을 열었다.

샤일록 : <인비벨>

마법의 주문을 외우고 가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앞이 갑자기 신주의 환락가 뒷골목으로 변했다.
어린아이만큼 큰 짐을 짊어진 덩치 큰 청년이 놀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적갈색 머리에, 입가에 점이 있었다.

덩치 큰 청년 : ......으.....

놀란 나머지 말도 못 하고 있는 청년에게 샤일록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샤일록 : 안녕하세요. 베넷의 가게 주인인 샤일록입니다. 한 잔 하시겠어요?

경악이 드러나 있던 청년의 눈동자가 천천히, 깊은 감동과 환희로 물들어 갔다.
연기나 거짓말 따위로 표현할 수 없는, 오랫동안 소중한 것을 찾고 있었던 사람의 표정이었다. 눈물까지 글썽이는 것처럼 보였다.

덩치 큰 청년 : .....베넷의 가게..... .....당신이, 샤일록.....




-5화-

덩치 큰 청년 : .....베넷의 가게..... .....당신이, 샤일록.....
네, 꼭....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 아아, 꿈을 이루는 날이 오다니.....

천국의 문을 빠져나온 듯한 청년의 감격스러운 모습에 샤일록은 눈썹을 낮추며 웃었다. 청년의 등을 안고 가게 안으로 이끌었다.
그의 손이 닿는 순간 청년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심하게 떨었다. 견딜 수 없는 듯 눈시울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감동적인 장면을 무르가 놀렸다.

무르 : 샤일록, 나쁜 남자네. 어떻게 헤어진 거야?

샤일록 : 당신 같지 않아서요. 부디 울지 마세요. 만난 적은 없지요?

로렌조 : 네, 네..... 저는 로렌조라고 합니다. 돌아가신 조부님께 이 가게에 대해 들어서....

샤일록 : 당신의 할아버님?

로렌조 : 추운 겨울날.... 얼어죽을 뻔했던 때 베넷의 가게 주인에게 술을 얻어마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 그 한 잔이 없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거라고.... 그렇게 맛있는 술은 처음 마셔 봤다고요.
몇 번이나 가게를 찾아 봤지만 찾지 못한 채로... 그 술을 다시 한번, 이라고 하시면서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불행이 계속되어 가족이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베넷의 술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았어요....
......, 겨우, 찾을 수 있었어......

샤일록은 손수건을 건네주며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샤일록 : 희미하게 생각났습니다. 당신의 할아버님.... 그럼 그 날 밤과 같은 술을 내어 드리죠.
눈과 초승달의 푸른 밤 칵테일입니다. 자, 앉으세요.

클로에 : 다행이다, 로렌조 씨. 이 가게에 오는 게 꿈이었구나. 꿈이 이뤄져서 정말 다행이야.

로렌조 : 네..... 감사합니다......

샤일록이 그에게 내놓은 것은 역삼각형 잔에 담긴 군청색 술이었다.
군청색 칵테일 안에는 달빛과 가루눈이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처럼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소중한 듯 한 모금 마시며, 로렌조 씨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6화-

로렌조 :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술은 처음 마셔 봐. 이게 할아버지가 마셨던 맛이군요....

감동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나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카운터 너머의 샤일록에게 미소지었다.

현자 : 굉장히 감격하시네요... 그렇게 맛있는 샤일록의 술, 저도 언젠가 마셔 보고 싶어요.

샤일록 : 그는 제 술을 마셔서 감격한 게 아닙니다. 가족과의 추억을 마시고 감격한 거예요.

나는 놀라서 샤일록을 쳐다봤다. 
그는 신랄함이나 빈정거림을 나타내지도 않고 조용하고 상냥하게 로렌조 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샤일록 : 칵테일이란 그런 겁니다. 제가 하는 일은 아름다운 추억을 더럽히지 않고 미주(美酒)를 내미는 것.
현자님께도 언젠가 추억의 술이 생기면 좋겠네요.


로렌조 씨는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떠났다. 샤일록은 그에게 이 가게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클로에 : 다행이네, 샤일록. 로렌조 씨라면 다른 인간들한테 얘기하지 않을 것 같아.

샤일록 : 아뇨, 그는 말할 겁니다. 옛날에 그의 조부에게도 같은 부탁을 했어요. 하지만 결국 가족에게 말해 버렸군요.

현자 : .....화나셨어요?

샤일록 : 인간이란 그런 거겠죠. 저희들 마법사에게는 약속을 하는 상대가 중요하지만.....
많은 굴레에 얽매여 있는 인간들에게는, 약속을 어길 상대야말로 중요한 상대일지도 모르겠네요.

어깨를 으쓱하며 샤일록은 밝게 미소지었다.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미주처럼, 그의 시선은 애정이 깊고, 풍미가 깊다.
마법사들에게 사랑받는 술집의 주인은 파이프 연기를 피우며, 흘러가는 밤의 시간을 온화한 옆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