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 메인 에피소드/중앙 나라

스팟 메인 에피 1~6화 - 기지의 유적(리케)

nil_mh 2020. 12. 7. 00:26

-1화-

현자 : 중앙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중앙 마법사 여러분들은 기지의 유적에 가실 거예요.

리케 : 기지의 유적.... 이름은 들어본 적 있어요.
전 가 보지 않았지만 신도 분들이 순례하러 가셨어요. 축복의 구슬을 구하려고요.

현자 : 축복의 구슬이요?

리케 : 네. 반짝이는 검은 구슬로,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고 무지개 같은 무늬가 들어가 있어요.

아서 : 기지의 유적은 중앙 나라에 전해지는 '고대 영웅담'이라는 3권짜리 모험의 서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리케 : 모험의 서? 모험에 대해 기록한 읽을거리인가요?

아서 : 맞아. 누가 썼는지는 불명이지만, 옛 전설이 쓰여 있어.
기지의 유적은 남쪽 황야 끝에 있는 2천 년 넘은 고대 도시의 유적지야. 
이상한 소문도 있어서, 별칭으로는 마법사가 내리는 곳이라고.....

리케 : 네....?

카인 : 나도 비슷한 얘길 들은 적 있어. 그래서 접근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 이변이 일어난 거지?

현자 : 기지의 유적 주변 상공에서 큰 짐승이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떨어지는 게 목격되었다고 해요.

오즈 : .....<거대한 재액>의 영향으로 되살아난 마법생물인가.

현자 : 그럴지도 몰라요.... 위험한 게 아니면 좋겠지만요.

리케 :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기지의 유적을 조사하러 가요. 아 참, 현자님.
저는 글씨 공부를 하고 있어요. 저도 모험의 서라는 걸 써 보고 싶어요. 현자님도 같이 하지 않으실래요?
3권이나 있는 '고대 영웅담'처럼 모험의 서가 많이 늘어나면 모두와의 유대도 강해질 거란 생각이 들어요.

현자 : 좋아요. 수수께끼가 많은 유적지 같으니 조사해서 기지의 유적에서 모험의 서를 써 봅시다.

리케 : 네! 그럼 출발해요, 현자님!




-2화-

현자 : 저기가 기지의 유적.....

카인의 빗자루 뒤에 탄 채로 나는 아래에 있는 유적지를 내려다 보았다. 
나지막한 언덕 높이의 바위 표면을 따라 여러 유적들이 계단처럼 줄지어 있었다. 주변에는 광야뿐 아무것도 없었다.

카인 : 저쪽 산맥을 넘어가면 남쪽 나라야. 남쪽 나라를 개척하러 간 여행자들도 기지의 유적은 피해갔다고 전해지고 있어.

아서 : 이 곳엔 그랑벨 왕조의 수천 년 전에 번영했던 왕조가 있었다고 합니다. 홍수인가 지진으로 인해 멸망해 버렸다던가.

돌연 오즈가 경고했다.

오즈 : 조심해라. 

무엇을요? 라고 되물으려던 순간 나는 갑자기 카인과 함께 거꾸로 추락했다.

현자 : ..........?! 카인.....?!

카인에게 매달리면서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뒤집힌 채로 빗자루를 움켜잡고 멍한 눈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리케 : 현자님! 카인!

아서 : 바로 돕겠습니다!

상공을 올려다보자 아서가 바람을 가르며 접근했다.
그가 뻗은 손을 잡으려던 순간....
용감함을 발하던 아서의 눈동자도 멍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힘이 빠지고 거꾸로 추락했다.

현자 : 아서.....!
(둘 다 어떻게 된 거지?! 마법사가 내린다는 게... 추락한다는 뜻?!)

오즈 : <복스노크>

지면에 부딪힐 뻔한 순간 오즈의 주문이 들렸다. 추락사를 면한 나는 휴 하고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와 카인과 아서는 발사된 로켓처럼 기세 좋게 하늘로 올라갔다. 

현자 : 으아아아악.....!




-3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지상을 내려다 보니 오즈도 혼란스러운 듯 자신의 지팡이를 보고 있었다.

현자 : (혹시 마법을 제어할 수 없는 건가?!)

마법사에겐 큰일이다. 창백해지는 나와 정반대로, 어째서인지 아서와 카인은 신이 나 있었다.

아서 : 후후..... 구름.....

카인 : 아하하! 구름!

현자 : (왜 장난치는 거지?!)

빗자루에 탄 채 구름에 손을 뻗고 있었다. 여러 번 불러도 정신을 차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다시 중력에 이끌려 추락했다. 

현자 : (죽겠어....!)

리케 : <산레티아・에디프>

그 때 리케의 주문이 울렸다.
몸이 둥실 바람에 싸여 우리들은 천천히 하강했다. 리케의 마도구인 랜턴의 빛에 이끌리듯이.
나는 리케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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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고마워요, 리케!

현자 : 고마워요, 리케! 

진지하게 우리를 하강시키고 있던 리케는 그 말을 듣더니 약간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띠었다.

리케 : 천만에요. 현자님을 돕는 건 마법사인 제 역할이니까요.


>선택 2 : 조심해요, 리케!

현자 : 조심해요, 리케!

내 목소리를 듣더니 리케는 진지한 표정을 한층 더 굳히고 마도구를 단단히 응시했다.

리케 : 괜찮아요, 맡겨 주세요. 현자님과 아서 님과 카인은 제가 지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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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는 지팡이를 치켜들려고 하다가, 유적 바닥에 놓았다.
두 팔을 뻗어 나를 받았다. 리케도 달려왔다.

리케 : 괜찮으세요?! 현자님!

현자 : 네, 네.... 그럭저럭....

리케는 휴우 하고 숨을 쉬더니, 사랑스러운 눈썹을 치켜올리고 모두를 돌아봤다.

리케 : 정말! 어떻게 된 거예요, 세 사람 다! 정신 차리세요!
.......어?

리케는 갑자기 쪼그려 앉았다. 뭔가 깨달은 듯 유적 바닥에 깔린 검은 돌을 만졌다.
매끄러운 검은 돌바닥을 문지르자 거울처럼 빛이 반사되었다. 
차원이 일그러진 것 같은 무지개빛 얼룩무늬를 띠고.

리케 : 혹시.... ....이게 축복의 구슬 원석.....?




-4화-

오즈 : 붕괴성(崩壊星)의 돌이다.

리케 : 붕괴성의 돌....?

검은 돌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오즈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양 옆에 누워 있는 아서와 카인을 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살짝 취한 것처럼 즐겁게 킥킥 웃으면서 주문을 외워 손바닥에 빛을 모았다.

아서 : 후후.... <파르녹턴・닉스지오>

카인 : 아하하.... <글라디아스・프로셀라>

천진난만하게 빛의 구슬을 부딪치려는 두 사람의 손바닥을 오즈가 동시에 눌렀다. 오즈의 손 안에서 빛이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아서와 카인은 데굴데굴 뒹굴며 웃고 있었다.

오즈 : 예전에 들어 봤다. 붕괴성의 돌은 마법생물과 마법사를 고양시키고, 흥분시키고, 황홀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치유나 심신을 해방하는 데에 이용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선 사납고 흉폭해지는 경우도 있다.

취한 듯 웃으면서 오즈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아서와, 오즈의 신발을 벗기려는 카인.
붕붕 꿈꾸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현자 : (.....개다래나무다..... 이건 마법사의 개다래나무....)

리케 : 그런 효과가....? 왜 저는 괜찮은 건가요?

오즈 : 처음부터 효과가 없는 자도 있으나, 상용해서 내성을 갖게 되는 자도 있다. 축복의 구슬이라는 것이 붕괴성의 돌이라면....

곤란한 표정으로 설명하면서, 오즈마저 검은 돌 위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리케는 어깨를 으쓱하며 꾸짖었다.

리케 : 정말, 오즈까지! 똑바로 있으세요!

오즈 : 괜찮다. 금방 익숙해질 거다... 여기서 움직이지 마라. 위에 그게 있다. 그거다, 그러니까..... 크고 강한.....

리케 : 그거 그거 해서는 모른다고요. 이제 됐어요. 저 혼자 유적을 조사하고 올래요.

현자 : 자... 잠깐만요, 리케!

빠른 걸음으로 걷는 리케의 뒤를 따라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5화-

리케 : 정말.... 다들 칠칠맞다니까요.

꾸짖듯 말하면서도 리케는 어딘가 불안한 모양이었다.
무리도 아니다. 마법사에게 기묘한 효과가 있는 돌을 교단 사람들이 모시고 있었으니까.

리케 : ....사제님은 알고 계셨을까요. 저는 붕괴석 구슬 때문에 모르는 채 꿈을 꾸고 있었던 걸까요. 

현자 : 리케....

리케 : 사제님도, 신도 분들도, 저를 부정함에서 지켜주고 계셨어요. 그런데, 어째서.....

좋은 말을 찾지 못한 상태로, 나는 리케와 함께 유적의 계단을 올라갔다.

현자 : (리케는 자란 교단을 믿고 있어. 속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을 거야...)

리케 : .....이런 거 알고 싶지 않았어요. 몰랐으면 고민도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고민없이 대사제님들을 존경하며 사람들을 인도할 수 있었을 거예요. 바깥 세상 같은 거, 몰랐으면 좋았을.....

리케의 말이 도중에 끊어졌다. 유적의 계단을 올라간 그의 얼굴에 경악이 드러났다.
리케의 시선 끝을 더듬던 나도 할 말을 잃었다.
계단 끝에 보이는 유적의 검은 돌바닥에서 대형 비행기만한 생물이 선잠을 자고 있었다.
집을 통째로 삼킬 듯한 커다란 얼굴.... 신비로운 청회색 비늘....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긴 수염.....
발밑이 멀어지는 듯한 압도적인 존재감.
드래곤이다.

리케 : .....굉장해.....

리케가 숨을 삼켰다. 선명한 녹색 눈동자는 미지와의 조우에 두려움으로 떨면서.... 
순수한 감격으로 빛나고 있었다.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할 뻔한 바깥 세계를 가리키며 웃고 있었다.

리케 : 굉장해! 현자님, 보세요! 어떻게 이렇게 큰 생물이!

현자 : 쉿, 조용히 해야....! 깨우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리케 : 위험할까요?

미지근한 바람이 후끈 불어서 나는 움찔했다.
드래곤의 콧김을 느끼며 쭈뼛쭈뼛 고개를 들었다.
빨려들어갈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연두색의 거대한 눈동자가 뜨여 있었다.
순간 죽음을 예감했다. 그런데도 진심으로 들떴다. 공포와, 호기심과, 감격으로 몸이 굳었다.
어떤 세계에 와 버렸단 말인가. 
어떤 순간을 보고 있단 말인가.

리케 : .....예쁘다.....

커다란 입을 벌리고 큰 소리로 한 번 울더니 드래곤은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6화-

아서 : 그랬구나. 리케가 드래곤을 봤구나. 나도 보고 싶었어.

리케 : 정말 대단했어요! 아서 님과 카인은 괜찮아요?

카인 : 그래. 홀가분한 기분이야. 푹 자고 난 아침 같아.

붕괴성의 돌에서 멀어지자 아서와 카인은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자 : (개다래나무로 스트레스를 해소한 고양이의 표정이다...)

아서 : 마법사들이 추락하지 않도록 주의시켜야겠군. 그런데, 리케는 대단하구나.

리케 : 제가요?

카인 : 그래. 우리가 이상해진 동안에도 현자님을 지키고 있었잖아?

아서와 카인의 칭찬을 받고 리케는 기쁜 듯 등을 폈다. 의기양양하게 점잔을 빼고 미소지었다.

리케 : 네. 오즈 말로는 저한테 내성이 있대요. 그렇죠, 오즈.

오즈 : 그래.

아까 리케를 상처입혔던 사실도, 지금은 리케를 자랑스러운 기분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나는 기뻤다.

리케 : 아....! 보세요, 현자님! 하늘에 드래곤 수염이....!

현자 : 정말이다.... 공중을 둥둥 떠다니고 있어.... 빠져 버린 걸까요?

리케 : 마법을 써서 이쪽으로 끌어와서 기념품으로 가져가요.
미틸한테 보여 줘야지!

들뜬 목소리로 웃으며 리케가 즐거운 듯 랜턴을 들어올렸다.

리케 : <산레티아・에디프>

앞으로 그가 알아갈 세계가 멋진 것이기를, 나는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