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 메인 에피소드/동쪽 나라

스팟 메인 에피 1~6화 - 폭풍의 계곡(파우스트)

nil_mh 2020. 12. 7. 00:26

-1화-

현자 : 동쪽 나라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동쪽 마법사 여러분들은 폭풍의 계곡에 가실 거예요.

파우스트 : 폭풍의 계곡....?

네로 : 들어 본 적 있어. 일명 헤매임의 계곡이야.

히스 : 헤매임의 계곡....

네로 : 그래. 한 번 발을 들이면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다고 해.

시노 : 흥. 과연 셔우드의 숲지기인 나를 헤매게 할 수 있을까.

파우스트 : 어떤 이변이 일어난 거지.

현자 : 원래 이상한 일이 많은 계곡답게 여러 가지 이변이 자주 일어난다고 해요. 인근 마을 분 말로는....
폭풍의 계곡에 사는 검은 마술사와 하얀 마녀와 관계있는 것 아니냐더라고요.

파우스트 : 검은 마술사에 하얀 마녀?

현자 : 네. 사람을 길잃게 하는 검은 마술사와, 사람을 돕는 하얀 마녀가 있대요.

파우스트 : ........

네로 : 짐작 가는 거라도 있는 건가, 파우스트.

파우스트 : 없어. 하지만 폭풍의 계곡은 은둔자들이 숨는 계곡이라고 들었다.
어떤 녀석들인지는 모르지만, 그들도 세상을 싫어해서 조용히 사는 중일 수도 있어.

시노 : 자기가 히키코모리라고 그 녀석들 편을 들지 마. 일단 가서 조사하자고. 

파우스트 : .....알았다. 맞다, 현자. 폭풍의 계곡에 가면 정령 부르기를 해 보면 좋다.

현자 : 정령 부르기요?

파우스트 : '고양이춤 이삭'을 꾀어내듯 흔들면 고양이 흉내를 내는 정령들이 모여드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모습을 본 자는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마음의 교류를 하게 된다고 해.

현자 : 정령 부르기라고요. 알겠어요. 이번에 해 볼게요.

파우스트 : 그러도록 해, 귀여우니까. 그럼 폭풍의 계곡으로 가자.




-2화-

현자 : 여기가 폭풍의 계곡.....

히스 : 어쩐지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이 있는 곳이네요. 소리가 많고, 기척이 많은...

시노 : 정령들도 숨어 있는 것 같아.

현자 : (그렇게 듣고 보니 많은 소리와 기척이 나고 있어....)
(바람 소리...)
(벌레 소리...)
(새 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
(신비롭고 이상한 곳이구나... 반짝이는 꽃가루도, 가지에 달린 열매도, 발밑의 녹색 이끼도 묘하게 움직이고 있어....)
(정령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킥킥 웃으면서 우릴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네로 : 이 골짜기를 헤매는 인간은 기이하고 골치아픈 체험을 하겠군. 여기는 짐승과 정령들을 위한 계곡이야.

현자 : 셔우드 숲하고는 다른가요?

시노 : 셔우드 숲은 중심에 블랑셰 성을 품고 있어. 인간의 생생한 생활과 가까워.

파우스트 : 그 말이 맞다. 여긴 사람이 접근하지 말아야 할 장소야.

현자 : 아.... 어른 남자가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큰 두 갈래 나무의 뿌리다.
인근 마을 사람 말로는 이 나무뿌리 구멍에서 쉬려다가 굴러떨어졌다고 해요.

파우스트 : ....여기서 떨어졌다고?

네로 : 결계를 치고 숨어 사는 마법사가 있을지도 몰라. 가끔 결계 속으로 이상한 공간이 이어지거든.

시노 : 검은 마술사나 하얀 마녀의 집일 수도 있겠군.

히스 : 마을 사람은 마법사 두 명을 만난 거죠. 어떤 경험을 한 건가요?

현자 : 구멍에서 떨어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하얀 마녀가 간호해주고 있었다고 해요. 다친 다리도 마법으로 낫게 해줬댔나.
그 후 검은 마술사가 와서, 이 계곡에 접근하면 저주를 걸겠다, 다시는 가까이 오지 마라, 라고 했대요.

파우스트 : ....... 다른 정보는?




-3화-

현자 : 하얀 마녀는 도마뱀을 좋아하고, 검은 마술사는 새를 먹고 있었다고 했어요.

시노 : 괴상하군. 미스라의 친척 아냐?

현자 : 그리고, 마녀의 작은 집은 강가에 있고, 마당엔 고양이가 갉아먹는 흰색과 보라색 풀이 자라고 있어서 아름다웠다고....

네로 : 캣그라스일까. 뭐, 가 보면 알겠지. 이 구멍 속으로.

파우스트 : 잠깐, 네로.

네로 : 괜찮아. 이상한 기척은 없어. 그럼 먼저 갈게.

현자 : 저희도 가 봐요.

파우스트 : .......


현자 : ....., 아야야.... 여긴 어디지? 동료들은....?
아.... 고양이다!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형제일까. 눈색이 비슷해.....
검은 고양이가 수컷이고 흰 고양이가 암컷 같네. 너희들 어디서 왔니?
아.... 강가의 작은 집....

파우스트 : 현자.

현자 : 파우스트. 다들 괜찮아요?

파우스트 : 시노와 네로가 히스를 찾으러 갔어. 목소리는 들렸으니 괜찮을 거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자.

현자 : 다행이다. 파우스트, 저 집 보세요. 마을 사람이 얘기한 오두막 같죠.

파우스트 : 아니, 다르지 않나.

현자 : 네?! 그, 그런가.... 하지만 마당에 흰색과 보라색 꽃이 있고 흰색과 검은색 고양이가 두 마리....

파우스트 : 이녀석, 하지 마. 후후. 그래그래.

현자 : 좋겠다.... 엄청 따르고 있어.....

파우스트 : 그렇진 않아. 너희들, 저쪽에서 놀아라.

현자 : ......... 저 집, 알아보러 갈까요. 하얀 마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파우스트 : 아니, 필요없어. 상관없는 사람의 집일 거다.

현자 : 어떻게 단언하는 거예요? 아.... 검은 마술사가 나타나면 위험하니까.....?




-4화-

파우스트 : 보통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진 않잖아. 문도 닫혀 있고 부재중이라고.
게다가 강한 결계도 쳐져 있어. 가까이 가려고 해도 그럴 수 없을걸.

현자 : 그럼 역시 마법사의 은신처인 거군요.

파우스트 :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건 사람을 상당히 싫어한다는 거야. 가만히 놔 두면 돼.

현자 : (파우스트.... 자기도 남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니까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에 대해 이해심이 있구나....)
파우스트도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죠. 어떤 생활이었나요?

파우스트 : 어떻냐니.... 내 경우는 저주상이었으니까. 음침하고 살벌한 생활이었어.

현자 : 그런가요... 외롭진 않았어요?

파우스트 : 외로움을 느끼는 건 사람이 없을 때에 한하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어.

현자 : ........

파우스트 : 다들 고독을 독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독이라면 약이야.
고독에도 위안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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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알 것 같아요.

현자 : 알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은 편안해서 좋고, 스스로를 다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족이나 친구가 정말 좋긴 하지만, 혼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할까....

파우스트 : 그렇지.

현자 : 파우스트는 스스로를 알았어요?

파우스트 : 아니.... 지금도 모르는 상태다.


>선택 2 : 그럴까요.

현자 : 그럴까요....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할 때도 있지만, 혼자서 치유되는 건 무서워요.
아무도 필요없다는 걸 깨달아 버리면 왠지 쓸쓸할 것 같아서... 

파우스트 : 사람이나 마법사만이 네 친구일 거라고 단정할 순 없을 거다.
벌레도, 새도, 짐승도, 네 세계의 거주자야. 때로는 그걸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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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부리는 고양이들을 안아들며 파우스트는 눈을 가늘게 떴다.

파우스트 : 나만 존재하는 고독한 세계에서 나를 무한히 돌이켜본다. 그러고 있으면 어째선지....
시간이 가지 않는 것 같기도 해.

파우스트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있는 작은 집이, 세계에 똑같이 주어진 시간의 흐름에서 잘려나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5화-

파우스트 : 옛날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마음의 나이는 마음을 주고받은 사람의 수에 따라 많아지는 거라고.
내 시간은 멈춰 버렸어.

흰 고양이의 턱을 쓰다듬으며 파우스트가 조용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검은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장난스럽게 미소지었다.

현자 : 그럼 최근에 다시 흐르기 시작한 거네요. 엮이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나서 활기차졌잖아요. 

파우스트는 눈을 깜박이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깨를 들썩이며 킥킥 웃고 있었다.

파우스트 : 네 말이 맞다. 1년 동안 주고받던 대화량을 이제는 하루만에 해치우고 있어.
내가 보낸 수백 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릴 것 같아.

시노 : 파우스트!

이야기하는 곳 근처에서 시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로와 히스클리프도 같이 있는 것 같았다.
마도구인 대낫을 불러내며 시노는 성큼성큼 작은 집으로 향했다.

시노 : 아마 여기가 마녀의 집일 거야! 부수겠어!

파우스트 : 잠깐 기다려!

네로 : 서두르지 마, 시노! 집 주위에 결계가 쳐져 있어! 그건 그렇고 이 결계는....

시노 : 흥. 이런 음침한 분위기의 결계, 내가 부숴 주지. 

파우스트 : 잠깐....!

히스 : 어....? 이 집 앞에 놓여 있는 고양이용 물그릇.....

시노 : <맛차・스디파스>!

파우스트 : 이 바보! 반사가 발동된다....!
<사티르크나트・무르크리드>!

현자 : ......! 시노의 낫이 닿기 전에 집을 둘러싸고 있던 이상한 공기가 사라졌어!

네로 : 결계가 풀렸군. 즉.....

파우스트 : ........

히스 : 선생님.... 저 고양이 물그릇, 중앙 나라 도시에서 사신 거죠? 분명 <거대한 재액>과 싸우기 전에....
스승님이 물건을 사실 때 같이 다니다가 흔치 않게 파우스트 선생님의 모습을 봐서 잘 기억하고 있어요.

파우스트 : ........

현자 : 혹시.... 이 집, 파우스트의 은신처?

파우스트 : ........ 맞아.




-6화-

발밑에서 장난치는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에게 물그릇을 내밀며 파우스트는 말문을 열었다.

파우스트 : <거대한 재액>과의 전투를 하기 전에, 골짜기를 헤매다 다친 사람을 도왔다. 그게 다야. 

시노 : 하얀 마녀와 검은 마술사라는 건?

파우스트 : 무턱대고 고마워하면서 반드시 보답하러 오겠다고 하길래 날 만났던 기억을 뺏으려고 했다.
그 때 이 아이들이 방해해서 기억을 뺏지 못하고 뒤섞여서 애매하게 구축된 거겠지.

히스 : 즉.... 치료해 주신 파우스트 선생님과 흰 암컷 고양이의 인상이 섞이고....

네로 :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말라고 한 당신과 검은 수컷 고양이의 인상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인 셈이군.

파우스트 : 아마도.

네로 : 그런데, 여기가 파우스트의 은신처.....
.......전혀 저주상 같지 않네.....

현자 : 치유되는 슬로우 라이프네요....

파우스트 : 시끄럽군. 바닥엔 짚 인형이 굴러다니고 있어.

히스 : 선생님의 집, 안을 보고 싶어요... 아, 안될까요?

네로 : 저녁이라도 대접해 줘. 눈앞에 있는 강, 수질 좋아 보여.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시노 : 저기, 뒤에 밭이 있었어. 맛있어 보이는 야채가 자라고 있어. 썩기 전에 먹자.

파우스트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임무는 어쩌고?

시노 : 이 녀석들 덕분에 해결했잖아.
훗.... 귀여운 녀석들이다. 오늘 밤은 서비스해 주지.

파우스트 : 쓸데없는 말 하지 마라. .....아아 정말, 할 수 없군.
<사티르크나트・무르크리드>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우자 옅은 빛이 작은 집 주변을 감쌌다.
마른 잎과 먼지가 깨끗이 사라지고, 흐려져 있던 창문이 반짝이면서 현관문이 천천히 열렸다.
파우스트는 어깨를 으쓱하며 우리에게 손짓했다.

파우스트 : 들어와라. 잘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