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 메인 에피소드/남쪽 나라

스팟 메인 에피 1~6화 - 티코 호수(루틸)

nil_mh 2020. 12. 17. 23:57

-1화-

현자 : 남쪽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남쪽 마법사 여러분은 티코 호수에 가실 거예요.

루틸 : 티코 호수? 남동쪽 끝 평원에 있는 티코 호수요?

현자 : 네. 지도에서 보기로는 그런 것 같아요.

미틸 : 티코 호수는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곳이에요. 아버지와 만나신 곳도 티코 호수라고 하셨어요.

현자 : 멋진 추억이네요! 젊은 연인들이 가는 데이트 스팟.... 그러니까, 관광지 같은 곳인가요?

피가로 : 뭐, 아름다운 곳이지만, 도착하기까지 거리가 있어서 인간이 가볍게 관광하러 가긴 힘들 거야.

레녹스 : 중앙 나라의 유명한 시인이 남쪽 나라를 방문했을 때 '별의 호수'라는 제목으로 티코 호수에 대한 시를 썼어요.
치렛타의 남편 분은 교사였기 때문에, 시에서 말하는 곳을 한 번 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현자 : '별의 호수'요?

루틸 :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는 호수로 유명해요. 꿈처럼 아름다운 곳이에요. .....뭔가 이변이 생긴 건가요?

현자 : 아뇨. 이번엔 조사 의뢰예요. 티코 호수는 광활한 고대 호수니 뭔가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조사해 달랬어요. 

루틸 : 그렇군요! 사전에 조사해 두면 걱정도 없겠죠. 어서 가 봐요!

현자 : 네!

루틸 : 맞다, 현자님. 티코 호수에서는 환상의 물고기가 낚인다고 해요.

현자 : 환상의 물고기요?

루틸 : 좀처럼 안 보이고 재빠른 물고기인데, 소울피쉬라고 불리고 마법사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 효과가 있대요. 
소울피쉬를 먹으면 평소보다 자랑스러워지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하고, 정열적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것 같아요.

현자 : 그거 재밌겠네요. 티코 호수에서 소울 피쉬를 낚으면 모두에게 선물할게요!




-2화-

현자 : 남쪽 탑에서부터 빗자루로 하늘을 난 지 한참 지났는데 슬슬 티코 호수에 도착할까요?

피가로 : 거의 다 왔어. 땅을 내려다 봐. 저기 보이는 접시 같은 산을 중심으로 산맥이 방사선 형태로 뻗어 있지.

현자 : 정말이다.... 해바라기 꽃이나 풍차 날개처럼 저쪽을 향해서 산이 늘어서 있네요.

루틸 : 티코 호수는 아득히 먼 옛날에 불타는 별의 돌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빗물이 고여 생긴 호수예요.

현자 : 별의 돌.... 운석이란 말인가요?

루틸 : 네. 그래서 신기한 고유종도 많고, 굉장히 힘이 강한 땅이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미틸 : 아! 보이네요! 반짝반짝 거울처럼 태양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어요. 접시 같은 산 중심이 티코 호수예요.

현자 : 가까이 와 보니 꽤 크네요!

루틸 : 커요! 동쪽 블랑셰의 숲이나 중앙의 수도보다 넓은 호수 아닐까요?

현자 : (대단해....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서 호수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어.... .....아름답다.....)


현자 : 예쁘다! 여기가 티코 호수.... 푸른 하늘과 구름이 거울처럼 비춰져서 발밑에도 하늘이 있는 것 같네요.
시야 끝까지 호수라 하늘이 멀리까지 쭉 이어져 있어... 은빛 구름과 물빛 푸른 하늘만 있는 세계네요.... 

루틸 : 마음이 깨끗해지죠. 밤에는 온통 별이 가득해서 빨려들어갈 것처럼 예뻐요.

미틸 : 예쁜 꽃과 식물도 잔뜩 있어요! 마법약 연구용으로 식물을 채집할래요!

레녹스 : 색이 특이한 물고기도 많네. 여기서 낚시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피가로 : 아하하. 휴일 같네. 난 근처 마을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듣고 올게. 맛있는 술 사줄 것 같으니까.

미틸 : 피가로 선생님! 오늘은 티코 호수 조사가 목적이에요!

피가로 : 알아.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 아냐. 나도 시를 읊고 싶어진다구.

레녹스 : 시를 짓기도 하시나요?

피가로 : 취미 정도로는. 오오, 레녹스. 위대한 남자의 이름이여. 오오, 레녹스, 레녹스.

레녹스 : 놀리시는 거잖아요... 그럼, 해가 지기 전에 여기로 집합할까. 미틸은 나랑 같이 가자.

미틸 : 네!




-3화-

루틸 : 현자님은 저랑 같이 가요! 호반 위에서 호수를 조사할까요?

현자 : 호반 위에서요? 빗자루에 타고요?

루틸 :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께 마법의 신발을 빌려 왔어요! 이걸 신고 호수 위를 걸어가요!

현자 :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마법의 신발....?! 시, 신어봐도 되나요?

루틸 : 여기요!

현자 : ........! 정말이다....! 물 위를 걸을 수 있어요! 대단해, 물 위를 걷고 있어!

레녹스 : 현자님, 감격하고 계시네요.

현자 : 감격스러워요! 그도 그럴 게 저 마법사 같잖아요!

루틸 : 아하하! 현자님이 기뻐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현자 : 와아.... 호수 위를 쭉 걸어갈 수 있어.... 반짝이는 꿈 같은 세계야.....

루틸 : 하아.... 예쁘죠. 고민도 피로도 두둥실 날아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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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정말이네요....

현자 : 정말이네요....

루틸 : 현자님, 뭔가 고민이 있으세요?

현자 : 아뇨, 그런 거 없는데요.

루틸 : 다행이다. 진지하게 중얼거리셔서요. 혹시 고민거리가 있으시면 뭐든 상담해 주세요!


>선택 2 : 고민이 있나요?

현자 : 고민이 있나요?

루틸 : 에헤헤. 없지만요.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말해 봤어요.

현자 : 아하하. 루틸다워요.

루틸 : 혹시 고민거리가 생기면 현자님께 상담할 테니 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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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 그러고 보니 루틸이 말했던 '별의 호수'는 어떤 시예요?

루틸 : 쨘! 실은 수첩에 적어 뒀어요. 조금 시인 같은 기분으로 낭독해도 될까요?

현자 : 와아, 듣고 싶어요! 들려주세요!

루틸 : 그럼 바로 할게요! 아-, 에헴. '별의 호수'.
'내 눈동자는 별의 호수. 넘칠 듯 아름다운 그대를 기쁨과 함께 수면 가득 비추네.'
'내 눈동자는 별의 호수. 하늘에서 떨어져 다른 별에 이르러도 아득히 먼 그대를 한결같이 올려다보네.'
'그대가 눈물지은 시간만큼 내 눈동자는 수천의 비가 쏟아지는 잿빛 호수처럼 슬프게 흐려질 테지.'
'내 눈동자는 별의 호수. 영원한 사랑으로 그대를 바라보고 있네.'




-4화-

현자 : (.....멋지다.... 얼굴이 빨개질만큼 직설적인 사랑의 시지만....)

루틸 : 어머니는 이 시를 좋아하셔서 아버지께 자주 낭독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걸 들으며 황홀해하는 시간은 더 좋아하셨어요.

현자 : 사랑스럽네요. 사랑하는 남편 분이 읽어 주면 황홀해질 법 할 것 같아요....

루틸 : 미스라 씨에게 얘기했는데, 미스라 씨도 부탁받은 적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귀찮아서 안 읽어 줬대요.

현자 : 아하하. 미스라다워요. 

루틸 : 만일 미스라 씨가 귀찮아하지 않고 '별의 호수' 시를 어머니께 읽어 주었다면.....
제 아버지는 미스라 씨였으려나요.

현자 : (뭐... 뭐라 말하기 어렵네....)

루틸 : 가끔 생각해요. 어머니는 왜 마법사인 미스라 씨가 아니라 인간인 아버지와 결혼하셨을까 하고.
인간에 대한 편견 얘기가 아니라.... 마법사는 언젠가 몸이 나이 들기를 멈추고 긴 수명을 살게 되잖아요.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일찍 돌아가셨지만, 원래라면 인간이 더 일찍 죽을 가능성이 높아요. 쓸쓸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던 걸까요....

현자 : .....정말 그렇네요. 루틸은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루틸 : 모르겠어요.... 조금 무섭기도 해요. 인간을 굉장히 좋아하게 됐을 때 제 육체만 시간이 멈춘 채로 오래 살게 되는 게. 
지금은 아직 제 육체의 성장이 멈췄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언젠가 그렇게 됐을 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루틸의 조용한 목소리를 들으며, 마법사가 갖는 고민 중 하나를 건드린 느낌이 들었다.
인간과 마법사는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시간의 흐름 뒤에 남겨지게 될지 모른다.
아무리 미소를 나누어도, 떠나는 기차를 배웅하듯 이별이 다가올 것이다. 소중히 생각하면 할수록 괴로운 이별이.

현자 : .....그래도 루틸의 어머니가 루틸의 아버지를 사랑하셨던 것처럼, 다들 특별한 행복을 발견하지 않을까요.

루틸 : 현자님......




-5화-

루틸 : 그렇네요.... 분명 그런 행복이 있어서 어머니와 아버지도 그걸 찾으실 수 있었던 거겠죠.

루틸의 미소에 나는 무심코 상상했다. 호숫가에 서 있는 남쪽 나라 남자와, 빗자루를 타고 그에게 다가가는 마녀의 모습을.
그것은 분명 아주 멋진 만남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별의 호수'라는 시를 쓴 시인이 반짝이는 호수처럼 한결같은 사랑을 찾았듯이.

현자 : 그러고 보니 '별의 호수'를 쓴 시인은 누구를 생각하면서 이 시를 쓴 걸까요?

루틸 : 그게 수수께끼예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하니 부인은 아니었을텐데....

그 때 호수의 물결이 출렁였다.

루틸 : 앗....

루틸의 목소리에 이끌려 고개를 들었다. 환상적인 은빛의 아름다운 수면 너머, 희미하게 비친 그림자에 나는 숨을 삼켰다.
눈처럼 흰 피부에, 구름 같은 은색 머리를 수면에 늘어뜨린 절세미녀였다.
수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던 그녀는 금세 물 속에 몸을 숨기고 호수 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은색으로 빛나는 꼬리로 물을 찰싹 치고는.


피가로 : 인어를 봤다고?

루틸 : 봤어요! 현자님도 보셨죠!

현자 : 네! 엄청난 미인이었어요!!

피가로 : 그거 부럽네.

레녹스 : 잘못 보신 게 아닌가요? 아무래도 인어는 전설의 생물이니까요. 있었어도 먼 옛날에 멸종하지 않았을지....

미틸 : 북쪽 나라에서는 드래곤이 되살아났다고 하니까 인어도 되살아났을 수 있어요!
부럽다-, 저도 보고 싶어요! 오늘 밤 묵으면서 조사해요!

피가로 : 인어는 조심성이 많아서 있더라도 쉽게 나와 주지 않을 거야. 루틸과 현자님도 멀리서 얼핏 본 거지?

루틸 : 아니에요. 아주 가깝진 않았지만 얼굴을 빼꼼 내밀었어요.

피가로 : 헤에. 어째서일까.




-6화-

현자 : 혹시..... 시를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루틸 : '별의 시'를요?

현자 : 네. 시인이 '별의 호수' 시를 읊었던 상대는 그 아름다운 인어였을지도....

루틸 : ........

루틸은 반짝이는 호수를 돌아봤다. 수면은 고요한 상태로 바람을 따라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루틸 : .....영원한 사랑으로 그대를 바라보고 있네. 그 사람을 위한 시였을까요. 그 사람은 믿고 있었던 걸까요....
어머니도 믿으셨을까요. 인간이 더 일찍 죽는다는 걸 알아도, 인간이 주는 영원한 사랑을.....

어딘가 안타까운 듯, 그리고 어딘가 사랑스러운 듯 루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루틸 :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낭독해 달라고 하시고 황홀해 하셨던 것처럼, 자신을 향한 시를 오랜만에 들어서...
황홀해하면서 얼굴을 보여줬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 아름다운 인어님도.

남쪽 마법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피가로도 레녹스도 오래 살았다. 루틸과 미틸도 분명 오래 살 것이다. 
자신들의 운명과, 인어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시인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피가로 : .....그럼, 슬슬 가 볼까. 다들 조사 잘 했어?

미틸 : 네! 돌아가서 조사할 것도 있지만, 궁금한 건 채집했어요.

레녹스 : 저도 표본을 채취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다 돌아보지 못해서 조만간 또 와 보려고 해요.

루틸 : 찬성이에요! 현자님, 그 때도 꼭 다시 조사하러 같이 와요.

현자 : 네! 그 인어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루틸 : 네. 그 때까지 이 아름다운 곳에 재난이 찾아오지 않길 기원할게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신 곳이, 멋진 사랑의 시가 태어난 곳이, 부디 이 반짝임을 영원히 잃지 않도록.
<오르토닉・세토마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