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 메인 에피소드/남쪽 나라

스팟 메인 에피 1~6화 - 레이타 산맥(레녹스)

nil_mh 2020. 12. 17. 23:58

-1화-

현자 : 남쪽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남쪽 마법사 여러분은 레이타 산맥에 가실 거예요.

미틸 : 레이타 산맥이요? 레이타 산맥은 여름이 되면 레노 씨가 가셨던 곳이죠.

레녹스 : 맞아, 방목을 하러. 현자님, 레이타 산맥에서 어떤 이변이 있었나요?

현자 : 레이타 산맥의 산기슭 주민이 한 보고인데요.... 산 정상에 기묘한 마물이 나타났다고...

루틸 : 마물이라니 무섭네요....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 줘야겠어요.

피가로 : 레이타 산맥은 지역 사람들에게 생명의 근원 같은 산이야. 안심하고 오를 수 있게 해 주자.

현자 : 그렇군요. 바로 출발해요. 

레녹스 : 맞다, 현자님. 레이타 산맥에서 방목을 하다 보면 때때로 양이나 소의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현자 : 수가 늘어난다고요? 새끼를 낳거나 동료를 데려온다는 건가요?

레녹스 : 산의 정령이 주는 선물이라고들 말합니다. 집에 돌아갈 무렵엔 늘어난 양들이 환상처럼 사라지지만.....
모습을 감출 때 양치기들을 수호하는 신비한 힘을 준다고 믿어지고 있어요. 괜찮으시면 시도해 보세요.

현자 : 방목 말이군요. 알겠어요. 다음에 시도해 볼게요.

레녹스 : 그럼 출발합시다.


현자 : 저게 레이타 산맥.... 웅장한 경치네요.... 산 정상이 구름보다 높은 곳에 있어.....

미틸 : 산이 여러 개나 늘어서 있어서 큰 파도 여럿이 이쪽으로 밀려오는 것 같아요!

루틸 : 아! 보세요! 염소가 가파른 절벽을 뛰어내려가고 있어요!

현자 : 대단해...! 염소는 저렇게 가파른 절벽도 아무렇지 않게 내려가는군요!

피가로 : 앗. 산 정상 부근에 양떼가 있네. 양치기가 앞장서고 있는 것 같아.

레녹스 : 피터다.... 지인입니다. 이야기를 들어 볼게요.




-2화-

피터 : 레녹스 씨? 레녹스 씨다....! 와아, 그대로야....!

레녹스 : 오랜만이구나, 피터. 예전엔 미틸보다 작았는데. 몇 살이지?

피터 : 벌써 서른이 되었어요. 아이도 둘 있다고요. 이 아이들은 레녹스 씨의?

루틸 : 구름의 거리의 마법사인 루틸과 미틸입니다. 레녹스 씨는 어머니의 친구세요.

피터 : 구름의 거리의 마법사! 대단해, 도시의 마법사군요. 다들 세련된 느낌이에요!

미틸 : 후훗, 저희가 도시 마법사래요. 서쪽 마법사가 된 기분이에요!

피가로 : 이 근처 사람들이 볼 때 역마차가 다니는 구름의 거리는 충분히 도시겠지.

레녹스 : 피터. 이 주변에 마물이 나타나게 되었다며?

피터 : 마물? 마물이라니 전혀요! 일확천금의 찬스예요!

피터라고 불린 젊은이는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힘차게 웃었다.

피터 : 레이타 산에 금색 양이 나타났다고요! 잡아서 상인에게 팔면 분명 큰 부자가 될 거예요!

레녹스 : 금색 양...?

그 때 양떼 뒤쪽에서 백발의 아저씨가 나타났다.

??? : 바보 자식! 금색 양의 정체는 분명 마물일 게 틀림없다!

레녹스 : 존... 피터의 아버지 존이잖아. 아아, 반갑네. 

존 : 레녹스! 오랜만이군! 당신은 여전하네. 나까지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피터 : 흥, 젊어지긴 뭐가. 미신 잘 믿는 늙은이 아냐. 금색 양은 산의 정령이 준 은혜야.

존 : 아니,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산의 악령의 화신이 분명해. 연장자의 의견을 좀 들어라!

피터 : 지금의 가장은 나야! 가끔은 내 의견을 들어 줘! 말만 하고 움직일 줄 모르는 바보!

존 : 덩치가 커져봤자 못말리는 애송이 그대로다!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들다 실수해서 된통 당할 놈!

갑자기 시작된 가족싸움에 우리는 눈이 동그래졌다.




-3화-

피터 : 어쨌든 아버지는 참견하지 마! 레녹스 씨, 금색 양을 발견하면 저한테 알려 주세요!

피터 씨는 그렇게 말하더니 양들을 데리고 요령있는 걸음으로 산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 버렸다.
레녹스는 피터 씨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살짝 웃으며 존 씨를 돌아보았다. 

레녹스 : 젊었을 때의 너와 꼭 닮았어.

존 : 말도 마, 레녹스. 이제 보니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잘 알겠어.

창피한 듯 모자를 구기며 존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레녹스는 소년에게 하듯 존의 등을 쓰다듬고 그에게 모자를 씌워 주었다.

레녹스 :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아. 옛날의 너도, 지금의 너도. 피터도.

피가로 : 우선 금색 양을 찾자. 레이타 산은 너무 넓으니까 분담해서 찾을까.

레녹스 : 알겠습니다. 피가로 선생님, 루틸과 미틸을 부탁할게요. 현자님은 저와 같이.

현자 : 네! 잘 부탁드려요.

레이타 산 정상은 온통 초록색이었다. 바다처럼 끝없는 고원이 한없이, 한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광활하고 완만한 녹색 내리막길 건너편은 다시 녹색 오르막길로 변하고 있다. 거기서 양과 소가 느긋하게 풀을 먹고 있었다.
빛나는 밝은 풀색이 눈부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는 레녹스에게 말을 걸었다.

현자 : 금색 양.... 존 씨의 말처럼 마물일까요. 아니면 피터 씨가 말하는 일확천금의 보물?

레녹스 : 글쎄요, 어떨까요. 뭐가 됐든 사람들의 느긋한 생활을 어지럽히는 것이긴 하네요.
옛날엔 제가 그랬습니다. 피터가 태어나기 전... 존이 순박한 소년이었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4화-

현자 : 레녹스가요? 사람들의 느긋한 생활을 어지럽혔어요?

레녹스 : 네. 제가 세계를 여행하는 마법사라는 걸 알자 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같이 데려가 줘. 서쪽에서 한 몫 잡고 중앙에서 출세해서 동쪽에 큰 목장을 세울 거야.

현자 : 금색 양을 탐내는 아들 피터 씨 같네요.... 레녹스는 어떻게 했어요?

레녹스 :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존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부모에게 비밀로 양을 훔쳐 산을 내려와서.....
그걸 돈으로 바꿔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결혼 사기꾼인 아가씨에게 돈을 뺏기고 구름의 거리에도 도착하지 못했다고 해요.

현자 : 그랬군요......

레녹스 : 모르는 세계를 만나 꿈을 동경하고, 배신당하고 실망해 본 사람은 마음을 흔드는 것들에 조심성이 많아집니다. 
늙는다는 건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린이와 젊은이들은 처음 보는 것에 가슴 설레 하죠.
금색 양에 설레는 것, 금색 양을 경계하는 것, 어느 쪽이 행복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사람이든 좋아합니다. 저도 꿈 때문에 애태우고, 꿈이 깨진 뒤 평온한 생활에 위안받았으니까요.
현자님은 어떠세요?

현자 :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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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찬스를 잡고 싶다.

현자 : 저는 찬스를 잡고 싶어요. 불안하기도 하지만 모험을 동경해요.

레녹스 : 그럼 현자님이 여행을 가실 때 저는 현자님께서 돌아오실 곳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이 현자님을 강하게 만들 테니까요. 분명 멀리까지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선택 2 : 견실하게 살고 싶다.

현자 : 저는 견실하게 살고 싶어요. 자극적인 이야기는 남에게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까....

레녹스 : 그럼 저는 현자님께 모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게 되기까지 여행을 떠나기로 하죠.
모험 이야기를 듣는 만큼 현자님이 지키시는 평온한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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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고 레녹스는 앞을 내다보았다.
완만한 초록색 비탈길 위 커다란 바위 그늘에, 아침 햇살로 잘못 보게 될 것 같은, 금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5화-

그것은 훌륭한 숫양이었다. 어깨까지 닿는 큰 뿔이 나 있고, 늠름한 사지로 산 꼭대기에 서 있었다.
레녹스가 키우는 귀여운 양들과는 달리 조용한 시선에서는 위엄마저 느껴졌다.
양이라는 생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온화하고, 얌전하고, 순종적이지만은 않다.

현자 : 금색 양.....

레녹스 : 마물 종류는 아닌 것 같아요. 기묘한 마법에 걸린 걸까.... 잡아 보겠습니다.

현자 : 네?!

레녹스는 발을 디디며 언덕길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금색 숫양도 그를 눈치채고 도전자를 내려다보는 왕자의 관록으로 땅을 앞발로 찼다.
두두두 소리를 내며 금색 숫양은 풀을 흩뜨리며 달려 내려갔다. 고개를 숙이고 훌륭한 뿔로 위협하고 있었다.

현자 : 위험해요, 레녹스....!

레녹스 : ..........윽.

레녹스는 발을 디디며 허리를 크게 숙였다. 양팔을 벌려 숫양의 뿔을 잡았다.

땀을 흘리고 먼지를 일으키며, 마법사와 금색 양은 힘겨루기를 했다. 밀고 당기며 빙글빙글 등 뒤로 돌았다. 
조마조마해 하면서 나는 무심코 넋을 잃고 있었다. 마치 춤 같았기 때문에.
금색 빛 속에서 서로 부딪치는 인간의 신체가, 숫양의 육체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이었다니.
돌연 정신을 퍼뜩 차리고 나는 외쳤다.

현자 : 레녹스, 마법을 쓰세요!

레녹스 : .........! <포세타오・메유바>

생각난 듯 레녹스는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그의 손바닥에 나타난 은색 열쇠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고 금색 숫양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레녹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레녹스 : 안되겠네. 무심코 마법을 쓰는 걸 잊어버려요.

습관인 대사에 웃으며,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6화-

금색 숫양의 정체는 <거대한 재액>의 영향을 받은 월광수 열매였다.
월광수의 열매를 먹으면 몸이 일정 시간 은은하게 빛나는데,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있던 것 같았다.
마법을 걸자 금색 숫양은 평범한 숫양으로 돌아가 버렸다.

피터 : 뭐야.... 그럼 일확천금의 꿈은 환상인가.

존 : 그런 거다. 꾸준히 성실하게 일하는 게 제일이야.

어깨가 처진 피터 씨를 아버지인 존 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달랬다.
잠든 숫양을 쓰다듬으며 레녹스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레녹스 : 나쁜 이야기만은 아니야. 이렇게 늠름한 숫양이 이 산에 있으면 늑대나 여우가 가까이 오지 않을 거야.
너희의 가축을 지켜 줄 거야.

레녹스의 말에 피터 씨와 존 씨는 얼굴을 마주보며 기쁜 듯이 웃었다.

피터 : 그거 최고네! 이렇게 훌륭한 숫양은 처음 봐. 우리 양들도 안심할 거야.

존 : 그래. 산의 수호신으로서 소중히 하자. 너희들, 배는 안 고픈가?

루틸 : 너무너무 고파요!

피터 : 그럼 우리 집에서 식사나 하자고! 구름의 거리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래? 현자의 마법사의 모험 이야기도!

미틸 : 와아, 감사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피터 : 고마워! 우리 아이들도 기뻐할 거야! 모험 얘기를 정말 좋아하거든.

피가로 : 애들은 다 그렇지.

우리는 미소를 주고받으며 양들과 함께 산 정상에서 내려갔다.
레녹스의 가방에서 작은 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레녹스 : 너도 고원의 부드러운 풀을 먹고 싶니?

그가 마법의 주문을 외우자 양은 원래의 크기로 돌아갔다.
양을 지켜보는 레녹스의 눈빛은 레이타 산맥처럼 다정하고 믿음직했다.
금색 숫양과 맞붙던 레녹스가 떠올라 그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현자 : 아까 레녹스 멋있었어요. 다정한데 힘이 세다니 멋져요.

왠지 그가 쑥스러워 몸둘 바를 몰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레녹스는 뒤돌아보며 한 쪽 눈을 감아 보였다.

레녹스 : 영광입니다, 현자님.

당황하고 쑥스러워진 건 내 쪽이었다. 금색 숫양을 처음 봤을 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생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온화하고 얌전하고 순종적이지만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