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 메인 에피소드/북쪽 나라

스팟 메인 에피 1~6화 - 얼음의 거리(화이트)

nil_mh 2020. 12. 12. 23:46

-1화-

현자 : 북쪽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북쪽 마법사 여러분은 얼음의 거리로 가실 거예요.

화이트 : 얼음의 거리? 얼음의 거리는 우리들 북쪽 쌍둥이가 사이좋게 살고 있는 마을일세.

현자 : 그런가요?

스노우 : 그렇다네, 그렇다네. 우리들을 의지해서 마을을 이룬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다네.

브래들리 : 즉 쌍둥이의 세력권이라는 거군. 우리까지 나서는 건 예의없는 거 아냐?

미스라 : 맞아요. 부담갖지 말고 스노우와 화이트 둘이서 해결하고 오세요.

오웬 : 이번엔 활약을 양보해 줄게. 늙은이 체면을 세워.

스노우, 화이트 : 할아버지 아닌걸!

화이트 : 호호호. 사양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집에서 환대해 주마.
그래, 현자여. 얼음의 거리에서 어떤 이변이 일어났는고?

현자 : 이변이라기보다는 스노우와 화이트가 돌아오길 바란다는 부탁 같은 형태였어요.
<거대한 재액> 이후로 얼굴을 뵙지 못해 걱정이라면서....

화이트 : 호호호. 하긴 돌아가질 못하고 있었지. 거리 주민들을 안심시켜 줄까.

스노우 : 그러세, 그러세. 오랜만의 우리 집에 돌아갈까.

화이트 : 그런데, 현자여. 얼음의 거리에 가면 우리 집에서 '마법지도서'를 읽어보게나.

현자 : 마법지도서를 읽으라고요?

화이트 : 읽는다고 해봤자 그냥 책을 펴는 것일세. 이 세계의 글자를 읽을 수 없는 현자에게도 쉽게 만들어져 있어.
머릿속에 그린 마법사의 미래 모습이 자연스럽게 페이지에 떠오른다네.

현자 : 알겠습니다. '마법지도서' 말이죠. 얼음의 거리에 가서 읽어볼게요.

화이트 : 그럼, 출발일세!


현자 : 여기가 얼음의 거리... 환경이 혹독한 북쪽 나라인데 생각보다 집이 많네요.

브래들리 : 흥. 인간들이 쌍둥이의 비호를 바라고 정착하니까.

현자 : 비호를 바라고....?

화이트 : 호호호. 마시아 열매가 잘 자라고 있구먼. 현자여, 그대도 먹어 보게나.




-2화-

화이트는 큰 나무의 가지로 날아가서 단단해 보이는 주먹만한 붉은 열매를 땄다.
열매를 활짝 가르자 안에는 루비 같은 작은 열매 알갱이가 가득 차 있었다.

현자 : (연어알 같다... 석류 열매에 더 가깝나?)

나는 마시아 열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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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한 알씩 먹었다.

한 알씩 먹었다.

화이트 : 호호호. 품위있게 먹는 방식이구나. 피가로도 그렇게 먹었지.
마시아 점이라는 게 있다네. 그걸로 보자면 그대에게 부족한 건 배짱이구먼.

현자 : 배짱....


>선택 2 : 한 번에 덥석 입 안 가득 넣었다.

화이트 : 호호호. 기세 좋게 먹는구나. 오즈도 그런 식으로 먹었지.
마시아 점이라는 게 있다네. 그걸로 보자면 그대에게 부족한 건 계획성이구먼.

현자 : 계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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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매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몸서리가 쳐질 만큼 시었다. 영양이 넘치고 맛이 진하다.

화이트 : 시구나, 시어. 마시아 열매는 튼튼하다네. 더운 곳에서든 추운 곳에서든 열매를 맺지.

스노우 : 자식의 열매라고도 불린다네. 마시아 열매처럼 거리에 아이들이 가득 넘치길 바라는 것일세.

얼음의 거리 아이 :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이야기하는 새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피를 입은 아이들이 달려왔다.

얼음의 거리 아이 : 어서 오세요!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 : 오오, 그래그래. 착하게 있었는고?

얼음의 거리 아이 : 착하게 있었어요! 앞으로도 착하게 있을게요! 부디 저희를 지켜 주세요!

화이트 : 그래그래. 우린 아이를 정말 좋아한단다. 착하게 있으면 지켜 주마.

아이들은 웃는 쌍둥이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기운차게 달려갔다.
어른들도 쌍둥이를 보고 멈춰서서 깊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쌍둥이에 대한 감사와 경애가 느껴졌다.

현자 : 스노우와 화이트는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있네요.

화이트 : 다들 우리의 비호를 받고 싶은 거라네. 북쪽 나라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건 어려우니 말일세.

스노우 : 우리는 북쪽 마법사 중에선 유난히 온화한 기질이라서 말일세. 고로 인기가 많다네.

미스라 : 온화하다니 누구 얘긴가요?




-3화-

오웬 : 흥, 스노우도 화이트도 인간한테는 너그럽다니까.

브래들리 : 내가 보기엔 쎄한 오냐오냐야. 
둥지를 틀면 싫증나서 버릴걸. 차라리 벌레가 더 정이 있겠다.

불온한 말에 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화이트는 쓴웃음을 띠고 얼음의 거리를 바라봤다.

화이트 : 브래들리 말이 맞네. 우리가 거리를 수호하는 건 이 얼음의 거리가 처음이 아닐세.
예전에는 더 북쪽에서 살았다네. 오즈의 성 근처에 있었던 적도, 혹한의 바닷마을에서 산 적도 있었다네.
이동할 때마다 마시아 나무를 심었어. 그 나무는 어디서든 열매를 맺으니 말일세.

현자 : .....어째서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건가요?

스노우 : 사람이 너무 모여든다네. 우리의 소문을 듣고 우리를 의지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게야.
사람이 늘면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번잡하고, 성가셔진다네. 머지않아 바라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지.

화이트 : 그렇게 되면 안녕일세. 이 거리의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네. 그래서 우리를 잘 대접하는 것일세.

스노우 : 고로 안이하게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네. 자, 현자여. 저걸 보게.

스노우가 가리키는 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여행자인 부모자식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소년인 세 식구 같았다.

여행자 아버지 :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 마을에 살게 해 주세요.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여행자 어머니 : 살던 마을에 마물이 나타나서 수호해 주던 마법사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도 어린이에게 상냥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애는 영리한 아이예요.
자, 인사해.

여행자 아이 : ....... 제발 여기 있게 해 주세요. 간단한 읽고 쓰기와 계산을 할 수 있어요.

얼음의 거리 주민 : 안돼, 안돼.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은 마을 주민이 늘어나는 걸 싫어하신다고.

여행자 어머니 : 그래도 제발... 여기서 쫓겨나면 달리 살 곳이 없어요.

얼음 거리의 주민 : 그만 좀 해! 자, 식량을 좀 주지! 썩 다른 데로 가!

호통 소리에 놀라 나는 화이트를 돌아봤다.
상냥한 그라면 어떻게든 해 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브래들리 : 쳇....




-4화-

브래들리 : 쳇....

브래들리가 기분나쁜 듯 침을 뱉고 여행자 가족에게 다가갔다.

화이트 : 어디 가는 게냐, 브래들리.

브래들리 : 시끄러워, 빌어먹을 할아범. 어린애를 좋아하는 온화한 마법사가 거짓말이든 진짜든 상관없지만. 
진주를 좋아하는 부자네 집에는 진주를 파는 상인이 찾아오는 법이야. 진위를 불문하고.

브래들리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단지 그의 짜증만이 전해졌다.
화이트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의 미소는 아버지 같기도, 어머니 같기도, 아이 같기도 했다.
가득 가득 영양이 풍부한 열매를 많이 품고 있는 붉은 마시아 열매처럼 선명하고, 아름답고, 강인하다.

화이트 : 브래들리여. 그대는 아직 젊구먼.
자신의 마음이나 자신의 힘이 어떤 운명에 이르러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마법사보다 사람이 더 약하다고 믿고 있어. 그건 큰 착각일세.
사람은 마시아 열매처럼 더운 곳에서든 추운 곳에서든 번영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고.
아무리 사랑하는 것을 찾으려 해도, 영원히 뿌리를 내릴 수조차 없다네.

스노우 : .......

뭔가를 말하려던 스노우가 입을 다물었다.
깨닫고 보니 여행자 가족은 사라지고 없었다. 눈이 오기 시작해서 시야가 나빠졌다.

브래들리 : 쳇... 젠장, 놓치기 전에 찾아야겠어.

화이트 : 됐다, 브래들리. 우리 마을 일일세. 우리가 끝까지 챙기겠네.

화이트는 내 손을 끌어당겼다. 다른 한 손으로 스노우의 손을 끌어당겼다.

화이트 : 현자, 스노우. 내게 힘을 빌려주게. 여행자 가족을 찾으러 감세.

현자 : ....알겠어요.

스노우 : 알았네.




-5화-

여행자 어머니 : ....., 젠장.... 어딜 봐서 스노우와 화이트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거야. 집을 못 얻지 않았냐고!

여행자 아버지 : 일부러 죽어가는 빈털터리 꼬마를 데려왔는데! 네가 붙임성이 없어서 그래!

여행자 아이 : ......, 미안해요.....

여행자 아버지 : 아아, 정말.... 이제 어떻게 하지....

여행자 아이 : .....저기, 저희 가족은 언제 살려줄 수 있어요?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의 마을에 오면 언 강에 빠진 제 진짜 가족도 되살려 줄 거잖아요?
그걸 위해서 부모자식인 척, 굶어 가며 무거운 짐을 메고 여기까지 당신들을 따라왔는데....

여행자 아버지 : 시끄러워, 좀 닥쳐!

여행자 아이 : ........

화이트 : 호호호. 브래들리가 예감했던 대로구나. 그대들은 가짜 진주 상인인가.

스노우 : 우리의 총애를 얻기 위해 지나가는 아이를 납치해서 데려왔구먼.

여행자 아버지 : ....., 스노우와 화이트?! 다, 당치도 않습니다! 저희는 이 아이가 가엾고 가여워서....

여행자 어머니 : 제발 저희에게 집을 주세요! 굶주림도, 마물도, 도적도 질색입니다! 자, 인사해!

여행자 아이 : ....., 이 두 사람은 도망친 죄인이에요! 우리 가족이 아니야! 우리 가족을 살려줘요....!

여행자 아버지 : 이 자식......

스노우, 화이트 : <노스콤니아>

쌍둥이가 주문을 외우자 아이를 때리려던 아버지도, 어머니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디론가 날아갔는지...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눈만 남아 있었다.
긴장이 풀려 방심한 듯 아이는 눈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투명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듯 천천히 손을 모았다.

여행자 아이 :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제발 부탁드려요. 저희 가족을 살려 주세요.

스노우 : 호호호. 가능할 리 있겠나.

여행자 아이 : ......... 그럼, 난 뭘 위해 고향에서 떨어진 얼음의 거리까지....

화이트 : 호호호. 알 리 있겠나!

여행자 아이 : .........




-6화-

웃어넘긴 화이트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는 주문도 외우지 않고 걸어가면서 어른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다정하게 아이를 안아 올려 작은 손바닥에 마시아의 붉은 열매를 주었다.

화이트(대) : 허나 그대가 원한다면 이 마시아 열매와 얼음의 거리에 따뜻한 집을 주마.
나는 화이트.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죽이려다 죽임당한 망령일세.
그대의 가족처럼 살아나지 못했고, 그대와 마찬가지로 왜 여기에 머무르는지 알지 못하네.
그래도 좋다면 아주 잠깐 동안 변덕으로 사랑해 주겠네.

아이는 화이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윽고 체념한 듯, 안심한 듯 그의 등에 팔을 둘렀다.
아이의 손에서 흘러내린 마시아 씨앗이 선혈처럼 설원에 흩어졌다.
선명하고, 아름답고, 강인하게.

여행자 아이 : ......네.

어느샌가 스노우도 어른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미소지었다.

스노우(대) : 영리해 보이는 아이로구나. 방황하던 시절의 피가로와 비슷해. 읽고 쓰기와 계산을 할 수 있다고 했지.

여행자 아이 : 그건 거짓말이에요. 죄송해요.

화이트(대) : 괜찮다 괜찮아. 수를 쓰는 것도 힘일세. 우리도 거짓말을 하니 말일세.

화이트가 아이의 손을 잡고 장난스럽게 손등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역시 상냥한 사람으로 느껴지고 만다. 망령이라도. 거짓말쟁이라 해도.
내 옆에 기척이 다가왔다. 돌아보니 북쪽 마법사들이 있었다. 브래들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브래들리 : 선수를 뺏겼나. 도적으로 한 사람 몫을 시키려고 했는데.

오웬 : 너, 감옥으로 돌아갈 거잖아.

미스라 : 저 열매 시어서 싫어하는데, 보니까 먹고 싶어졌어요.

다들 각자 할 말을 하고 있었다. 얼음의 거리에서는 웃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망설인 끝에 웃기로 했다.
행복한 동화처럼, 섬뜩한 괴담처럼, 아이의 머리 위에서 쌍둥이가 같이 미소지었다.
언젠가 버릴 마을을 향해, 그들은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