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 메인 에피소드/북쪽 나라

스팟 메인 에피 1~6화 - 시간의 동굴(브래들리)

nil_mh 2020. 12. 12. 23:47

-1화-

현자 : 북쪽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북쪽 마법사 여러분은 시간의 동굴로 가실 거예요.

스노우 : 시간의 동굴? 북쪽 나라에서도 인간들이 전혀 접근하지 않는 곳일세.

화이트 : 시간을 넘어 낯선 시대로 가 버리게 된다는 무서운 소문이 있는 곳이니 말일세.

현자 : 시간을 넘어서요...? 그게 정말인가요?

미스라 :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한 얘기를 듣긴 했어요. 다른 차원을 방황한다든가.

오웬 : 먼 옛날에 죽었을 마법사가 되살아난다든가. 먼 옛날에 살았던 인간들의 말소리가 들린다든가.

브래들리 : 거짓말이야. 난 내막을 안다고. 옛날에 그 주변에서 살았으니까.

미스라 : 그런가요.

브래들리 : 그래. 도적단의 아지트가 있었어. 그 시간의 동굴이 어쨌다고?

현자 : 시간의 동굴에서만 보인다는 전설의 마법생물 무리가 북쪽 나라 거리에서 목격되었다고 해요.
뭔가 이변이 일어난 게 아닌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어요.

브래들리 : 그렇군. 그럼 어디 가 볼까.
맞다, 현자. 시간의 동굴에 가면 추억 이야기를 해 봐.

현자 : ....추억 이야기요?

브래들리 : 그래. 자랑스러운 추억이나 행복한 추억이나 슬픈 추억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여러 감정이 합쳐지게 돼.
그러면 지금을 살기 위한 유대가 맺어지기도 하고 힘이 솟기도 하는 것 같아.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로 이어가는 거야.

현자 : 추억 이야기 말이죠. 알겠어요. 해 볼게요.
그럼, 출발합시다!




-2화-

현자 : 여기가 시간의 동굴.... 상상했던 것보다 넓은 공간이네요. 훨씬 깊이까지 이어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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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다른 시공으로 이어진 것 같아.....

현자 : 다른 시공으로 이어진 것 같아.....

화이트 : 만일 소문대로 시간을 넘을 수 있다면 세계의 탄생부터 수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먼. 무르는 태어난 순간에 돌로 만들어야겠어.

스노우 : 호호호. 우리가 쌍둥이로 있는 한 결말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만. 브래들리쨩은 어떤고?

브래들리 : 뻔하잖아. 날 잡은 네놈들과 피가로를 병에 넣어서 바다에 흘려보낼 거다.


>선택 2 : 괴물이 나올 것 같아....

현자 : 괴물이 나올 것 같아....

오웬 : 괴물인가. 케르베로스보다 강해 보이면 잡아서 가방 속에 넣어 둘까.

브래들리 : 서로 잡아먹는 거 아냐?


>선택 3 : 지상으로 못 돌아가게 될 것 같아.....

현자 : 지상으로 못 돌아가게 될 것 같아.....

미스라 : 왜요? 동굴 천장을 계속 위쪽으로 부수면 결국 지상으로 나갈 수 있잖아요.

브래들리 : 너 진짜 대충대충이군.... 마법관에선 절대 길 잃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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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 앗....!

브래들리 : 겁먹지 마. 박쥐야. 한눈팔다 넘어지지 마. 발밑이 미끄러우니까.

오웬 : 와─────!

브래들리 : 시끄럽잖아?! 뭐야?!

오웬 : 목소리가 메아리쳐서. 재밌다.

브래들리 : 목욕탕에서 하라고.....

스노우 : ......음, 안쪽에서 뭔가가.....

화이트 : 와앗..... 박쥐 떼로구먼! 오웬의 목소리에 놀란 게야!

현자 : ............윽.

많은 박쥐 떼가 우리의 얼굴과 어깨에 부딪히면서 일제히 밖으로 날아갔다.
그 때 이상한 목소리를 들었다.

젊은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 ....., 죽여버리겠어! 브래들리....!

고함치는 듯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는 박쥐의 날개짓 소리에 뒤섞여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현자 : (지금 분명 브래들리라고....)




-3화-

브래들리를 보니 그는 오웬을 노려보며 머리를 털고 있었다.

브래들리 : 진짜,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현자, 괜찮냐.

현자 : 아, 네.

브래들리 : 그래서, 뭐였더라? 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전설의 생물인지 뭔지....

현자 : 네. 자세한 건 불명인 생물이지만 예스투름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의 말을 하는 소형 익룡이라고....

브래들리 : 예스투름이면 그렇게 호들갑 떨 게 아냐. 너도 아까 봤잖아.

현자 : 네?

브래들리 : 아까 본 박쥐 말야.

나는 동굴 안을 둘러봤다. 천장에 매달린 박쥐들이 초록색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현자 : 이게 예스투름....?


우리는 역할을 나누어 동굴 안을 탐색했다. 나는 브래들리와 함께 나아갔다.

현자 : (예스투름의 정체가 박쥐라는 건 알았어. 하지만....)
(시간의 동굴에 살고 있는 생물이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 건 뭔가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동굴은 어둡고, 습하고, 추웠다. 박쥐의 녹색 눈이 점점이 빛나고, 가끔 물방울 소리가 났다.
문득 어둠 속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현자 : 네....? 브래들리, 무슨 말 했어요?

브래들리 : 아니.

현자 : (....기분 탓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살기등등한 젊은 남자들 여럿이 대화하는 듯한 목소리.....

젊은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 .....네 부하가 됐다는 생각 안 해. 언젠가 널 돌로 만들고 내가 도적단을 뺏어 버릴 테다!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 헤에. 말은 잘하는군.

나른한 듯한 남자의 목소리 : 고먼, 누구한테 떠드는 거야. 보스가 봐 준다고 건방지게 굴면 내가 박살내 버린다.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 하하... 놔 둬, 네로. 신입은 이 정도 위세가 있는 게 좋아.
좋아. 해 봐라, 박쥐 녀석.

그 후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박쥐의 날개 소리와 물소리만 들렸다.

현자 : 지금 들린 건....?




-4화-

현자 : 지금 들린 건....?

브래들리 : 이게 내막이야. 예스투름은 들었던 소리를 기록해서 무리들끼리 교신할 때 쓰는 거야.
소리만이 다음 세대로 끝없이 이어지지... 그래서 태고의 옛날 대화까지 들리는 거야.

현자 : 박쥐가 내는 소리란 건가요. 그래서 사람 말을 하는 소형 익룡이라고 불렸던 거군요....

브래들리 : 생태를 모르는 상태였다면 이 동굴이 과거의 차원으로 이어져 있다고 착각했을지도 몰라.

현자 : 정체불명의 생물이라고 했으니 쌍둥이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희귀한 생물일 수도 있겠네요.
브래들리는 어떻게 예스투름의 생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근처에 아지트가 있었기 때문에?

브래들리 : 그것도 있지만, 왠지 예스투름이 잘 따르는 부하가 있었어. 그 녀석한테 들은 거야.
반항적이고 귀여운 데가 없는 놈이었지만, 일은 잘하는 남자였어. 박쥐 자식이라고 놀리면 화를 냈지.

현자 : 왜요?

브래들리 : 박쥐는 누구 편에도 안 붙는 것의 대명사다. 내가 쳐부순 다른 도적단의 생존자였어.
중상을 입고 죽을 뻔해서 우리 단에 넣어 줬지만, 곧 배신하고 도망갈 줄 알았어.

현자 : 브래들리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 질문에 브래들리는 웃기만 할뿐 대답하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 바닥을 신중하게 내려갔다. 예스투름의 날개 소리와 물방울 소리에 섞여, 시간을 초월한 대화가 들려왔다.
들어본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귀에 들어온 것은 고먼이라는 남자를 향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난폭하고 위압적이지만,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친근했다.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 신경쓰지 마라, 고먼. 이 정도 부상은 금방 나아.

젊은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 ....죄송해요, 보스. 제가 실수하는 바람에.... 반드시 실적을 올려서 이 은혜를.....

관록있는 남자의 목소리 : 아하하! 박쥐 자식인 고먼이 보스라니! 이거 죽을 뻔한 보람이 있군.

박쥐가 날개를 떨었다. 그 때마다 잃어버린 시간이 돌아왔다.




-5화-

젊은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 보스, 멋지다.... 가망없는 우리를 돌보고 실적 쌓는 법까지 알려주고 말야.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 사람이 '넌 겁이 없군, 용감해서 믿음직한 부하야' 라고 말해줄 때마다....
나 같은 놈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게 됐어.....

나른한 듯한 남자의 목소리 : 하하, 박쥐 자식이 기특해졌군. 아.... 또 가까이 왔어. 예스투름이.

젊은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 정말이네... 짜증나! 저리 가! 쉭, 쉭!

어두운 우주의 별빛처럼 수많은 초록색 눈이 빛나고 있었다.

젊은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 보스가 잡혔다고?! 왜 마법사가 마법사를 잡은 거야! 이런 건 보여 주기 아니냐고!
중앙 나라로 쳐들어가서 보스를 탈환하자! 우리 모두가 쳐들어가면 인간들도, 인간들 편을 든 마법사도 쓸어 버릴 수 있어!

나는 브래들리를 올려다봤다. 동굴의 어둑함 속에서, 어느새 그는 웃고 있지 않았다.

젊은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 ....., 으..... 으윽..... 다들 사라져 버렸어.... 왜 그놈들이 인간들 편을 들고 있는 거야....
누구보다 악명높은 그놈들이 정의의 편에 서서 보스를 감옥에.... 용서 못해.....!
난 아무 데도 안 가.... 난 박쥐 자식이 아니니까. 저 동굴에서 보스가 돌아오길 기다릴 거야!

문득 브래들리가 걸음을 멈췄다. 나는 뒤늦게 그 이유를 알았다. 커다란 낙석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마차나 오두막만한 크기의 바위가 쌓여서 동굴 앞을 막고 있었다.

브래들리 : ......무너져서 떨어졌나보군. 옛날에는 이 뒤로도 동굴이 이어져 있었어.

현자 : 그런가요... <거대한 재액>이 다가왔을 때 큰 지진이 일어난 걸까요...

브래들리 : 그럴지도. 이 붕괴 때문에 여기 살던 예스투름이 마을 쪽까지 흩어진 건가.....

브래들리는 잔해에 손을 뻗어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6화-

브래들리는 잔해에 손을 뻗어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브래들리 : <아도노포텐스무>

희미한 빛을 띠며 잔해에 균열이 생겨 산산이 부서졌다.
굉음 속에서 무수한 날개 소리가 울렸다.

젊은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 : ....그 뒤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내 파트너는 너희밖에 안 남았구나. 박쥐 녀석들.
오늘 밤은 <거대한 재액>의 습격이 있어. 보스가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됐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일까....
보고 싶다, 보스..... 보고 싶어, 다들.... ......시간을 넘어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봐, 예스투름. 보스의 목소리를 들려줘. .....응?
..........?! 뭐야?! 지진......?!
.....윽, 으아아아아.....!

브래들리가 잔해를 치우자 그 앞에 광활한 공간이 나타났다. 
어둠 속에는 넝마같은 옷과 마나석이 나뒹굴고 있었다.
조금 전 비명 소리의 주인일지도 모른다. 박쥐 자식이라고 불렸던 고먼이라는 마법사.....
아마 그가 보고 싶어했던 남자는 내 옆에 있는 인물일 것이다.
브래들리는 눈을 내리뜨고 웃었다.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마나석을 집어들었다.
전우를 치하하는 듯한 시선에는 슬픔과, 위로와, 경의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애정이 섞여 있었다.

브래들리 : 기다렸지, 고먼.
늦어서 미안하다.

브래들리는 조용히 속삭이고 마나석을 입 안에 넣었다.
삼킨 기색도 없는데 머금은 마나석의 기척은 그의 입 안에서 사라져 갔다.
그것은 아주 마법사다운 장례식 광경이었다.


스노우 : 그런가, 그런가. 대규모 붕괴가 있었구나.

화이트 : 그럼 예스투름도 자연스럽게 시간의 동굴로 돌아오겠구먼.

오웬 : 저기, 브래들리. 마나석 갖고 있지. 나한테도 넘겨.

브래들리 : 싫어.

오웬 : 넘기라니까.

미스라 : 욕심내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렇게 질 좋은 마나석은 아니에요.

브래들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두 사람에게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브래들리 : 최상급 마나석이야. 네놈들한텐 안 줄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