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 메인 에피 1~6화 - 죽음의 호수(미스라)

-1화-

현자 : 북쪽 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북쪽 마법사 여러분은 죽음의 호수로 가실 거예요.

미스라 : 죽음의 호수?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현자 : 미스라. 죽음의 호수를 알고 계세요?

스노우 : 죽음의 호수라면 중앙과 북쪽 나라 국경에 있는 달의 호수보다 훨씬 북쪽... 미스라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니 말일세.

화이트 : 지명을 듣고 안색이 바뀌다니 미스라에게도 고향에 대한 애정이 있나보구나.

미스라 : 저 안색 바뀌었어요?

브래들리 : 나한테 묻지 마. 뭐 비교적, 관심있어 보이나...?

오웬 : 전에 죽음의 호수 얘길 했더니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데려갔어.

현자 : 그랬군요. 어떤 곳이었어요?

오웬 : 아무것도 없는 곳.

미스라 : 아무것도 없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해서요. 현자님은 알고 있겠죠.

현자 : 그게... 근처를 지나가던 여행자 마법사가 거대한 뼈 괴물을 봤다고 해서....

미스라 : 거대한 뼈 괴물? 앗....

현자 : 아?

미스라 : 아-..... 네네. 알았어요. 그럼 갈까요.

현자 : 엣, 바로 해결이에요?

브래들리 : 역시 믿음직하네, 형제! 그럼 알아서 열심히 하고 와.....
.....켁! 목덜미 잡아당기지 마!

미스라 : 자자, 그러지 말고요. 호반 주변을 안내할게요.

브래들리 : 뭐 좀 있어?

오웬 : 아무것도 없어. 언제 가든 마을이 있거나 망한 마을이 있거나 할뿐.

미스라 : 맞다. 현자님, 죽음의 호수에 가면 배를 저어 보세요. 희귀한 물건이 떠다닐 때가 있어요.
맛있어 보이는 죽은 동물 고기부터, 당신이 항상 아끼는 것 같던 꽃이나 잎도 흘러오지 않을까요.

현자 : 배 젓기 말이죠. 알았어요.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해 볼게요.

미스라 : 그럼 출발하죠. <아르시무>




-2화-

현자 : 여기가 죽음의 호수....

오웬 : 여전히 춥고 새하얗고 소리없는 곳. 안개가 심해서 앞도 안 보여.

브래들리 : 안개? 눈보라 아냐? 오... 얼어서 썩은 오두막이다. 이 주변은 꽤 옛날에 망한 마을이군.

현자 : 그러고 보니 마을이 있기도 하고 망한 마을이 있기도 하다고 했었죠.
이 주변엔 마을이 많나요? 미스라가 태어난 마을은 어딘가요?

미스라 : 제가 태어난 마을은 이제 없어요. 마을은 있기도 없기도 해요.

현자 : 네...?

스노우 : 죽음의 호수는 우수한 수원(水源)일세. 우수한 수원에는 사람이 모이지. 허나 이 주변은 기후가 혹독해서 말일세.

화이트 : 마을이 생겼다가 망하는 것일세. 10년 전에는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고 있었던 것 같다만....

미스라 : 4년 전의 한파로 망했어요. 현자님, 보세요. 저쪽에 있는 게 죽음의 호수예요. 

현자 : .....저쪽..... .....죄, 죄송해요.... 새하얘서 아무것도 안 보여서....

미스라 : <아르시무>

미스라가 주문을 외우자 새하얀 안개가 천천히 걷혀 갔다.
안개가 걷혀도 회색 색채는 변하지 않았다. 얼음이 떠 있는 광활한 호수의 정적이 끝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엇다.
미스라가 먼 곳을 가리켰다. 호수 저편에는 작은 섬이 떠 있었다.

미스라 : 죽은 자의 나라예요.

현자 : ....죽은 자의 나라....

미스라 : 호반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어요. 저 섬이 사후의 나라래요. 사람이 죽으면 배에 실어서 저 섬으로 보내는 거예요.
그게 제 일이었어요. 뱃사공이라고 불리면서, 얼어붙은 뼈들과 저 섬에서 살고 있었어요.

현자 : 사후의 나라.... 천국이나 지옥처럼 죽은 사람들이 사는 곳인가요?

미스라 : 살고 있던 건지는 애매하네요. 방황하는 영혼은 가끔 봤지만요. 저 섬에 가 보고 싶어요?




-3화-

미스라 : 살고 있던 건지는 애매하네요. 방황하는 영혼은 가끔 봤지만요. 저 섬에 가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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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꼭이요.

현자 : 미스라가 살았던 섬이라면 꼭이요.

많은 뼈가 잠든 섬. 무섭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미스라가 추억의 장소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했으니까.
미스라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 손을 끌고 호수 위로 걷기 시작했다.

미스라 : 당신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좋아요, 보여줄게요.

스노우 : 이놈 이놈, 미스라쨩! 현자를 맘대로 끌고 다니면 안되지!

화이트 : 우선은 임무를 마치고 나서 하거라!


>선택 2 : 별로요....

현자 : 별로요...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묘지같은 소중한 장소이기도 하니까...

미스라 : ....헤에, 그래요.

조심스럽게 거절하자 미스라는 싫증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반응에 낙담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역 사람들에겐 무덤이라도, 미스라에게 있어선 어린 시절의 거처니까.
오웬이 어깨를 으쓱하며 바보취급하듯 웃었다.

오웬 : 거봐, 거절당했지. 저런 데 가고 싶어하는 녀석은 없어. 고목이랑 뼈밖에 없으니까.

미스라 : 네? 또 가고 싶어요? 데려다 줄게요.

오웬 : 안 가! 놓으라고....

브래들리 : 이봐이봐. 놀지 말고 빨리 끝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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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 미스라, 넌 알고 있지. 거대한 괴물 뼈의 정체를.

미스라 : 네, 아마도요.

브래들리의 질문에 미스라는 한 손을 들었다. 그의 마도구인 해골이 나타났다.
해골이 옅은 빛을 발하자 호수가 물결치며 이상하게 술렁였다.
쌍둥이의 안색이 변했다.

스노우 : 미스라, 뭘 불러내는 게냐?!

미스라 : 뼈 괴물이요. 그 녀석을 봉인할 거잖아요? 나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부르는 게 빠를 것 같아서요.

화이트 : 미스라쨩, 먼저 얘길 해야지?!

스노우 : 오웬, 브래들리, 미스라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흩어지게! 봉인의 마법진을 준비하는 것일세!

브래들리 : 여전히 순서가 없네!

오웬 : 최악.

현자 : 엣?! 에?! 다, 다들, 무슨 일이에요?!




-4화-

북쪽 마법사들이 잿빛 하늘로 분주하게 흩어졌다.
얼음 덩어리가 첨벙첨벙 뒤섞이며, 죽음의 호수는 불온한 기척이 감도는 채 물결치고 있었다.

미스라 : 저한테서 떨어지지 말아요, 아키라.

미스라가 이름을 불러서 나는 고개를 들었다. 호수를 응시하는 미스라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미스라 : 저도 그 녀석의 이름은 몰라요. 호반을 떠다니던 희귀한 뼈였어요.
크고 낡고 깨진, 치렛타도 모르는 생물의 뼈예요.

현자 : 생물의 뼈요....?

미스라는 끄덕이고 나를 보았다.

미스라 : 저는 저 섬에서 혼자였어요. 그래서 심심풀이로 뼈를 갖고 놀았어요.
뼈가 생각대로 움직이는 게 재밌었어요. 뭐랄까, 저는 저 말고는 몰랐으니까요.

현자 : ......뭘 말인가요?

미스라 : 그러니까, 절 상대해 주는 생물? 이렇게 말하면 이해돼요?

강한 바람이 몰아쳐 얼음 알갱이 같은 물보라가 덮쳤다. 미스라가 내 어깨를 감싸듯 끌어안았다.
나는 적절한 말을 할 수 없었다. 미스라가 몰랐던 건 외롭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고목과 뼈만 있는 섬에서 자란 아이.

미스라 : 치렛타를 만나서 마법을 배우고, 그 무렵에 그 뼈를 주웠어요. 처음 보는 큰 뼈를.
한때 죽음의 호수에 살았던 태고적 생물의 뼈일지도 몰라요. 전 그걸 되살리고 싶어졌어요. 

현자 : 되살린다고요...?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을 텐데.....

미스라 : 네. 물론 금지된 주술이에요. 결과는 대실패로, 대참사였어요. 
뼈의 주인은 되살아나지 않았고, 도리를 어긴 탓에 저도 죽을 뻔했어요. 하지만 좀 보고 싶었어요.
오즈보다 강한 생물이 이 호수에 군림하는 걸.




-5화-

현자 : ........!

그 때, 커다란 물기둥이 치솟았다.
미스라의 마법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얼음 같은 물을 뒤집어쓰고 심장이 멎었을 것이다.
공기가 부르르 떨리는 듯한 무서운 포효가 울려퍼졌다. 나는 주춤주춤 눈을 떴다.
눈앞에 존재하고 있던 것은 광활한 호수조차 작아 보일 만큼 거대한 뼈 괴물이었다.
두개골에는 3개의 뼈가 드래곤 같은 골격을 만들고 있고, 하늘을 뒤덮을 것 같은 날개뼈도 지니고 있었다.
창백해지는 나와 달리 미스라는 어딘가 그리운 듯 웃었다.

미스라 : 아하하.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 때 잃어버렸을 뼛조각이 남아서 <거대한 재액>의 영향으로 폭주한 거겠죠. 

내가 뭐라고 말하기에 앞서 괴물이 미스라에게 얼어붙은 숨을 뿜어냈다.
그러나 미스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보라는 마도구인 해골에 모두 흡수되고, 직후 괴물에게 역류했다.
괴물의 뼈가 얼어붙어 갔다. 동시에 호수 저편 멀리서 옅은 빛이 나며 마법진이 그려졌다.
4개의 빛줄기가 서로 얽혀 뼈 괴물을 묶는 빛의 실이 되었다.
미스라는 나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계속 날뛰는 뼈 괴물의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손을 뻗어 어딘가 아쉬운 듯 뼈 괴물의 뿔을 만졌다.
곧바로 탁 튕겨나 버렸지만, 마치 키울 수 없었던 펫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미스라 : ........




-6화-

미스라는 뭔가 말하려다 말았다. 대신 익숙한 주문을 외웠다.

미스라 : <아르시무>

다음 순간 세찬 물기둥이 솟고 뼈 괴물이 먼지처럼 부서졌다.
흰 먼지가 눈보라처럼 흩날리며 잿빛 수면에 조용히 흡수되었다.
마지막 조각이 사라질 때까지, 미스라는 말없이 죽음의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노우 : 이런이런. 무사히 평범한 화석으로 돌아간 것 같구먼. 저 뼈는 어딘가에 보관하도록 하세.

오웬 : 그거 무슨 생물이야? 뼈가 남아 있었다는 건 마법생물이 아니란 거지?

화이트 : 글쎄다. 우리가 태어날 무렵엔 이미 멸망했던 생물이겠지.

미스라 : 이름없는 짐승인가. 다음에야말로 소생에 성공해서 가방에 넣어서 들고 다닐 거예요.

브래들리 : 마도구가 겹치지 않아?

오웬 : 누구랑?

브래들리 : 네가 괜찮으면 상관없지만.

웃으면서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다가, 나는 문득 생각이 나 미스라에게 물었다.

현자 : 혹시 아까 그 동물을 키울 수 있다면....

미스라 : 고대 최강의 생물을 키운다니 현자님은 놀라운 정신을 갖고 있네요. 세계정복이라도 할 건가요.

현자 : 호, 혹시나 하는 얘기예요. 그 땐 그 생물한테 무슨 이름을 지어 줄 거예요?

미스라는 놀란 듯 입을 다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의기양양하게 미소지었다.

미스라 : 죽음의 호수.

그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호수에 바람소리가 울렸다.
긍지높게, 쓸쓸한 것처럼.